Chapter 1. 사막에서는 물 한 방울도 귀중한 보고
Chapter 2.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뻘소리는 작작하고 그냥 건너라
Chapter 3. 무모함이 도를 넘으면 귀신도 질린대더라
Chapter 4. 남자의 헌팅 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
Chapter 5.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
Chapter 6. 잠자는 공주는 원래 변태성욕자의 이야기라죠
Chapter 7. 애들은 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자란다
Chapter 8. 참을성도 삼세 번까지
Chapter 9. 나쁜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터진다
Chapter 10.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데 정말이긴 한 거냐
Epilogue.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Epilogue.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이렇게 완결내고 맞아죽을 뻔했지요(.............)
아무튼 끝! 타이핑 다 했다!! (털푸덕)
"형."
라일 로렌스 디란디는 말했다.
"오랜만이야."
Rest In Peace와 닐 로렌스 디란디의 이름만이 새겨진 간소한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하얀 장미다발을 내려놓는 뒷모습을, 세츠나는 잠자코 바라보았다.
인간의 목숨은 하찮게 사그라진다.
그도 예외가 아님을 모두가 그토록 간단히 망각하고 있었더랬다.
총알은 너무나도 쉽사리 심장을 뚫었다.
티에리아가 울부짖다시피 의사를 외쳤고, 알렐루야가 천을 찢어 지혈을 시도했지만, 하얀 옷을 새빨갛게 물들여가며 쏟아지는 피를 멎게 하지는 못했다. 서서히 빛이 꺼져 들어가는 녹색 눈동자와 품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체온을 속절없이 바라보면서, 세츠나는 미친 듯이 절규했었다.
다마스쿠스를 점령한지 이틀 후의 일이었다.
영국군이 두 번째 <록온 스트라토스>로서 닐 디란디의 동생인 라일 디란디를 파견하기로 결정했을 때, 티에리아는 맹렬하게 반대했고, 알렐루야마저 서글프게 고개를 저었다. 그 남자는 <그>가 아니야. <그> 외의 누구도 우리의 <록온 스트라토스>가 될 수 없어!
아마 티에리아의 말이 옳았겠지만, 록온 스트라토스의, 닐 디란디의 유품에서 라일 디란디의 사진을 발견한 뒤로 세츠나의 아직까진 희미했던 결단은 완전히 굳어졌다.
세츠나는 단독으로 카이로에 향했고, 라일 로렌스 디란디를 데리고 아랍으로 돌아왔다.
"13년 전에 가족이 모두 죽고 우리만 살아남은 후로, 형에게는 나뿐이었어."
라일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뇌까렸다.
"어이가 없어서. 날 명문 의대에 보내려고 자기는 가고 싶은 대학도 포기하고 육사에 들어가선, 남들 다 꺼려하는 사막에까지 오고. 내가 군의관으로 이집트에 나타났을 때 형이 얼마나 귀신같은 형상으로 날뛰었는지 보여주고 싶을 정도야. 일부러 카이로행을 자원해서 정답이었어."
"……."
"평생을 그랬어. 내가──남이 무얼 생각하고, 무얼 느끼고, 형에게 무얼 바라고 무얼 돌려주고 싶어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사람이 좋긴 개뿔. 멋대로 잘해주고, 멋대로 배려하고, 자기가 만족스런 결과만 나면 그걸로 끝이었어. 지독한 에고이스트!"
그렇다. 끔찍스런 이기주의자였다고, 세츠나는 스스로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푸드에서도, 아카바에서도, 데라에서도, 그리고 다마스쿠스에서도──그 남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러더니, 기어코 죽을 때까지 제멋대로……아, 정말 싫다……."
티에리아가 격노하고, 알렐루야가 애원하고, 세츠나가 분격해도, 난처히 웃었을 뿐 고집만은 끝까지 꺾지 않았다. 결국엔 모든 걸 자기 좋을 대로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세츠나는 묘비를 발끝으로 힘없이 툭툭 건드리는 라일을 보면서 문득, 잠시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의문을 재차 떠올렸다.
"라일 디란디."
"응?"
"왜, 수락했지?"
"……에?"
"어째서 여기까지 왔나."
"어이어이……카이로 사령부를 때려부수고, 육군병원에 질풍처럼 밀고 들어와선 깡그리 뒤엎고 날 납치한 사람이 물을 말이야?"
사령부는 절반 이상이 그레이엄의 책임이었지만 굳이 알려줄 까닭도 없었으므로 세츠나는 침묵을 지켰다. 세츠나의 침묵을 무얼로 해석했는지, 라일은 키득거리며 짐짓 쾌활하게 말했다.
"내 참,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붕대를 감고 있는데 밖에서 병원 다 박살날 것 같은 대소동이 벌어지더만, 글쎄 웬 새까만 로브를 두른 아랍족장님이 척척 들어오잖겠어. 눈앞에 떡 버티고 서서 대뜸 한다는 말이 '맞으러 왔다. 가자, 라일 디란디'. 세상에 난 내가 뭔 신데렐라라도 된 줄 알았다니까?"
아니면 할리퀸 여주인가. 라일의 가벼운 농짓거리는, 그러나 대답을 재촉하는 세츠나의 곧은 시선 앞에서 머쓱하게 잦아들었다.
알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어째서 라일이 영국군의 결정을 순순히 따랐는지. 당돌히 나타난 세츠나의 손을 잡았는지.
세츠나 자신, 티에리아와 알렐루야의 맹반대를 뿌리치고 카이로에서 그 난리를 치면서까지 이 사내를 데려온 이유, 아니 애당초 반드시 데려와야만 한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라일의 대답을 들으면,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이 애매한 감촉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막연하게 여길 뿐이었다.
라일은 하릴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제 형보다 살짝 투명한 청록빛 눈동자가 세츠나의 적갈색 눈동자를 보았다.
"글쎄다. ……실은 나도 그 점을 잘 모르겠어."
목소리는 왠지 맥이 풀려 있었다.
"형이 봤던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내가 형을 대신해서 아랍까지 왔다는 걸 그 사람이 알아 봐. 이집트 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소란을 피우겠지. 날 아주 죽이려 들걸. ……저 세상에서 발이나 동동 구르라는 심보인지도."
아아. 세츠나는 납득했고, 깨달았다.
보고 있나, 록온 스트라토스──닐 디란디, 네가 그토록 아끼던 보물이 여기에, 내 손안에 있다.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랍의회가 성립했다 한들 터키의 세력이 한 풀 꺾였을 뿐, 여즉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이 척박한 땅에 네 동생을 끌어들이는 건 네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겠지.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
자업자득이다. 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네가 멍청하게 남이나 감싸는 대신 살아서 우리 곁에──내 곁에 있었더라면, 애초에 있을 수도 없었던 일이니까.
두고 봐. 나는 결코 너처럼 네 보물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다. 네 얼굴, 네 목소리, 네 면영을 고스란히 간직한 너의 동생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어.
거기서 똑똑히 보고 있어. 손가락이나 빨며 분해해라.
먼저 죽어버린, 내 잘못이다.
"세츠나."
라일이 말했다.
"세츠나 소란 이븐 엘 이브라힘."
같은 목소리가, 마치 노래하듯이 세츠나의 이름을 읖조렸다.
"형이 쓴 편지는 태반이 네 이야기였지. 나도, 널 꼭 만나보고 싶었어. ……잘 부탁해."
"──돌아온 걸 환영하다, <록온 스트라토스>."
세츠나의 가무잡잡한 손끝이 라일의 하얀 뺨에 닿았고,
라일은 웃었다.
입술에서는 희미한 담배 향기가 났다.
라일 로렌스 디란디는 말했다.
"오랜만이야."
Rest In Peace와 닐 로렌스 디란디의 이름만이 새겨진 간소한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하얀 장미다발을 내려놓는 뒷모습을, 세츠나는 잠자코 바라보았다.
인간의 목숨은 하찮게 사그라진다.
그도 예외가 아님을 모두가 그토록 간단히 망각하고 있었더랬다.
총알은 너무나도 쉽사리 심장을 뚫었다.
티에리아가 울부짖다시피 의사를 외쳤고, 알렐루야가 천을 찢어 지혈을 시도했지만, 하얀 옷을 새빨갛게 물들여가며 쏟아지는 피를 멎게 하지는 못했다. 서서히 빛이 꺼져 들어가는 녹색 눈동자와 품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체온을 속절없이 바라보면서, 세츠나는 미친 듯이 절규했었다.
다마스쿠스를 점령한지 이틀 후의 일이었다.
영국군이 두 번째 <록온 스트라토스>로서 닐 디란디의 동생인 라일 디란디를 파견하기로 결정했을 때, 티에리아는 맹렬하게 반대했고, 알렐루야마저 서글프게 고개를 저었다. 그 남자는 <그>가 아니야. <그> 외의 누구도 우리의 <록온 스트라토스>가 될 수 없어!
아마 티에리아의 말이 옳았겠지만, 록온 스트라토스의, 닐 디란디의 유품에서 라일 디란디의 사진을 발견한 뒤로 세츠나의 아직까진 희미했던 결단은 완전히 굳어졌다.
세츠나는 단독으로 카이로에 향했고, 라일 로렌스 디란디를 데리고 아랍으로 돌아왔다.
"13년 전에 가족이 모두 죽고 우리만 살아남은 후로, 형에게는 나뿐이었어."
라일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뇌까렸다.
"어이가 없어서. 날 명문 의대에 보내려고 자기는 가고 싶은 대학도 포기하고 육사에 들어가선, 남들 다 꺼려하는 사막에까지 오고. 내가 군의관으로 이집트에 나타났을 때 형이 얼마나 귀신같은 형상으로 날뛰었는지 보여주고 싶을 정도야. 일부러 카이로행을 자원해서 정답이었어."
"……."
"평생을 그랬어. 내가──남이 무얼 생각하고, 무얼 느끼고, 형에게 무얼 바라고 무얼 돌려주고 싶어하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사람이 좋긴 개뿔. 멋대로 잘해주고, 멋대로 배려하고, 자기가 만족스런 결과만 나면 그걸로 끝이었어. 지독한 에고이스트!"
그렇다. 끔찍스런 이기주의자였다고, 세츠나는 스스로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푸드에서도, 아카바에서도, 데라에서도, 그리고 다마스쿠스에서도──그 남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러더니, 기어코 죽을 때까지 제멋대로……아, 정말 싫다……."
티에리아가 격노하고, 알렐루야가 애원하고, 세츠나가 분격해도, 난처히 웃었을 뿐 고집만은 끝까지 꺾지 않았다. 결국엔 모든 걸 자기 좋을 대로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세츠나는 묘비를 발끝으로 힘없이 툭툭 건드리는 라일을 보면서 문득, 잠시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의문을 재차 떠올렸다.
"라일 디란디."
"응?"
"왜, 수락했지?"
"……에?"
"어째서 여기까지 왔나."
"어이어이……카이로 사령부를 때려부수고, 육군병원에 질풍처럼 밀고 들어와선 깡그리 뒤엎고 날 납치한 사람이 물을 말이야?"
사령부는 절반 이상이 그레이엄의 책임이었지만 굳이 알려줄 까닭도 없었으므로 세츠나는 침묵을 지켰다. 세츠나의 침묵을 무얼로 해석했는지, 라일은 키득거리며 짐짓 쾌활하게 말했다.
"내 참,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붕대를 감고 있는데 밖에서 병원 다 박살날 것 같은 대소동이 벌어지더만, 글쎄 웬 새까만 로브를 두른 아랍족장님이 척척 들어오잖겠어. 눈앞에 떡 버티고 서서 대뜸 한다는 말이 '맞으러 왔다. 가자, 라일 디란디'. 세상에 난 내가 뭔 신데렐라라도 된 줄 알았다니까?"
아니면 할리퀸 여주인가. 라일의 가벼운 농짓거리는, 그러나 대답을 재촉하는 세츠나의 곧은 시선 앞에서 머쓱하게 잦아들었다.
알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어째서 라일이 영국군의 결정을 순순히 따랐는지. 당돌히 나타난 세츠나의 손을 잡았는지.
세츠나 자신, 티에리아와 알렐루야의 맹반대를 뿌리치고 카이로에서 그 난리를 치면서까지 이 사내를 데려온 이유, 아니 애당초 반드시 데려와야만 한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라일의 대답을 들으면,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이 애매한 감촉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막연하게 여길 뿐이었다.
라일은 하릴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제 형보다 살짝 투명한 청록빛 눈동자가 세츠나의 적갈색 눈동자를 보았다.
"글쎄다. ……실은 나도 그 점을 잘 모르겠어."
목소리는 왠지 맥이 풀려 있었다.
"형이 봤던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내가 형을 대신해서 아랍까지 왔다는 걸 그 사람이 알아 봐. 이집트 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소란을 피우겠지. 날 아주 죽이려 들걸. ……저 세상에서 발이나 동동 구르라는 심보인지도."
아아. 세츠나는 납득했고, 깨달았다.
보고 있나, 록온 스트라토스──닐 디란디, 네가 그토록 아끼던 보물이 여기에, 내 손안에 있다.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랍의회가 성립했다 한들 터키의 세력이 한 풀 꺾였을 뿐, 여즉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이 척박한 땅에 네 동생을 끌어들이는 건 네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겠지.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
자업자득이다. 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네가 멍청하게 남이나 감싸는 대신 살아서 우리 곁에──내 곁에 있었더라면, 애초에 있을 수도 없었던 일이니까.
두고 봐. 나는 결코 너처럼 네 보물을 혼자 남겨두지 않는다. 네 얼굴, 네 목소리, 네 면영을 고스란히 간직한 너의 동생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어.
거기서 똑똑히 보고 있어. 손가락이나 빨며 분해해라.
먼저 죽어버린, 내 잘못이다.
"세츠나."
라일이 말했다.
"세츠나 소란 이븐 엘 이브라힘."
같은 목소리가, 마치 노래하듯이 세츠나의 이름을 읖조렸다.
"형이 쓴 편지는 태반이 네 이야기였지. 나도, 널 꼭 만나보고 싶었어. ……잘 부탁해."
"──돌아온 걸 환영하다, <록온 스트라토스>."
세츠나의 가무잡잡한 손끝이 라일의 하얀 뺨에 닿았고,
라일은 웃었다.
입술에서는 희미한 담배 향기가 났다.
이렇게 완결내고 맞아죽을 뻔했지요(.............)
아무튼 끝! 타이핑 다 했다!! (털푸덕)